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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트는 사랑입니다.
    • 작성일25-01-26 16:33
    • 조회5
    • 작성자Jennie

    다재다능한 범용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창의성이든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를 누군가를 위한 캔버스라고 부른다. 요리사의 영역에서 예시로 들 수 있는 요소는 닭고기다. 염지해서 튀기면 프라이드 치킨, 대파와 함께 푹 고면 닭곰탕, 토막 내 간장 양념에 졸이면 찜닭. 중국에는 간장과 술, 참기름을 한 컵씩 넣어 만든다고 하는 요리 산베이지, 즉 ‘3잔의 닭고기’가 있고 프랑스에서는 닭가슴살에 부드러운 무스를 채워 치킨무슬린을 만든다.
    말하자면 깊은 맛이 있지만 특별히 풍미나 질감이 두드러지지 않아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우러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는 존재다. 요리사의 창의성과 영감을 받은 대상을 자유롭게 불어넣을 수 있어 ‘요리사를 위한 캔버스’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비유를 자주 쓰는 사람으로서 갑자기 궁금하다. 실제로 캔버스로 작업하는 화가도 빈 워드 파일을 앞에 둔 작가처럼 막상 빈 캔버스를 눈앞에 조우하면 막막한 기분이 들까? 아무튼.
    이렇게 누군가를 위한 캔버스라고 평택 브레인시티 푸르지오 지칭되는 자유로운 가능성을 지닌 존재의 역할은 두 가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여기에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시작하게 하는 스타트 지점이 되는 것이다. 모든 선택지를 두고 대체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멍하니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닭고기를 앞에 딱 두고 어떻게 맛있게 요리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생각이 구체화되고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기초가 되어 주는 것이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이것이다. 캠핑을 좋아해도 캠핑 요리 메뉴 정하기는 ‘오늘 저녁 뭐 먹지’ 만큼이나 머리가 아프다. 이번에는 대체 뭘 만들어야 하지? 가서 먹어야 하는 끼니는 여럿이라 점심과 저녁은 정했는데 아침 메뉴까지 고민해야 하다니?
    신의 계시처럼 내려오는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 때 이런 캔버스 메뉴는 사람을 살린다. 밥이냐, 빵이냐, 면이냐? 그중에서 나의 캔버스 선택지는 단연 빵, 그중에서도 토스트다.
    잼을 발라서 먹고, 수프에 찍어 먹고, 잘게 잘라 바삭하게 구우면 샐러드용 크루통이 되기도 하고. 이것저것 올려서 부피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토스트와 샌드위치 사이의 교묘한 선을 오가는 든든한 식사도 된다. 브런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질릴 정도가 되었지만 절대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아보카도 토스트’도 온갖 것을 다 올려 아보카도 토스트 혹은 오픈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햄과 부친 달걀 등을 넣어서 따끈하게 만든 어엿한 샌드위치인 우리나라의 ‘길거리 토스트’는 꿋꿋하게 간편한 이미지의 토스트라고 불리며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명동 거리를 지나가면서 길게 늘어선 토스트 가게 앞 줄을 보고 대체 왜 길거리 토스트를 줄 서서 먹는지 궁금해했던 사람? 어쩌면 그것이 현지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을 여행의 시선으로 보면 하나의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것.
    그리고 식빵을 구워서 맛있게 만든다는 토스트라는 개념은 파스타나 피자만큼이나 전 세계인에게 통용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을 재확인시키기도 한다.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르게 인기 메뉴로 등극할 수 있는 메뉴다. 호주의 아보카도 토스트가 전 세계에 퍼지기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볼 수 있던 길거리 토스트가 프랜차이즈가 되기 전, 2000년대 카페에서는 ‘허니 토스트’가 인기였다. 두툼하게 썬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노릇하게 구워서 꿀과 생크림 등을 얹은 것이 전부지만 그걸 뜯어먹는 것이 그렇게 맛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간식 토스트가 바로 이것을 한국식으로 한층 더 발전시킨 ‘인절미 토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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